본문 바로가기

파도소리

(23)
등대와 가로등 등대와 가로등/수카다르마 어릴 적고향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았던등대를나이 들어 오가는 이 없어도 외진 곳을 비추는가로등 불빛에서 발견하였다.어느 외로운 향해를 지휘하는선장과운행 종료의 팻말을 달고차고지로 향하는 버스 기사는희미한 불빛의 사그러짐속으로사라진다.비취이는 곳도비출 곳도 어느 새 잊어버린새벽이 금새 눈 앞으로 다가 온다.
살아 가기 연습 살아가기 연습/수카다르마인생 일막에서바쁘다는 핑게로 집안 일이랑내일이 아니었지.일막 공연이 끝나고남는게 시간 뿐일 줄어찌 헤아렸겠나.멍하니 휴대폰 잡고 있는나를살아가기 연습이라고이것 저것 시킨다.한접시 콩나물을 가리는데30분이 훌쩍 지나가고멸치는 몇마리만 가려도손끝이 가실 가실 거린다.와이구 이 남자야그랫갔고 내 없으면 우찌 살래맨날 한소리 들어면서오늘도 살아가기 연습을 한다.김장용 마늘을 깐다.
휴식 휴식 / 수카다르마쉰다는 건값진 보상이다.직장에서하루살이 일터에서하루를 일하면 하루치피로가 쌓이고사십년을 일한 후엔사십년치 피로가 누적된다.스트레스가 중첩되고근육이 아우성치며뼈마디가 욱씬거린다.그냥 그렇게자신을 혹사시켰다.세월이 정지되면일의 양만큼쉬어가야만 새 길이 보인다.어디간들 다 가는 길이지만쉬어간 길은 언제나 아름답다.
늬우친다는 것은 늬우친다는 것-수카 다르마많은 사연들에 얽혀나와 남을 재단하면서아상我相을 키운다.내가잘났다고내가맞다고다내가 지은 과거의 짓들이지금의 나를 만든 것늬우친다는 것은나를 용서하는 것나라는 놈이 뛰쳐나가망가버린 거울 속의 나를본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
갈등의 순간 나는 선한다.그래도 갈등의 순간은 언제나 있다.나는 악하다.망설임은 한 호홉이다.어떤 때는 탐욕을 부리고어떤 때는 배려를 한다.한 순간은 사랑을 하면서 배신을 떠올린다.나는 착한 사람인가, 악한 사람인가?갈등은 살그머니 오지만휴유증은 언제든지내편이 아니다.
일을 한다는 것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이안부를 묻는다.어떤 이는 인생 이모작에열중이고또 다른 이는백수이기도 한다.일하는 이는 일이 지겹고쉬고 있는 이는 일이그립다.산다는 것의 전제는기본적인 경제력과기본적인 존엄성이있을 때논의가 가능하다.다들 움직일 수 있으면돈벌이가 있어야 하고일거리가 없으면순간적인 폐인이 된다.참 이 나라에는다양한 형태의 삶에 대하여학습이 부족하다.일거리에 중독되다시피 한사회는 가능한 미래가 없다.
호흡 비추기 숨 쉬고 들어 마시는데 색깔이 있을까? 긴 호흡 긴 생각 무지개빛 색깔 중에 무슨 색일까? 그 속에 애잔하게 들어미는 한숨 소리는 어떤 파장을 지니고 있을까? 벚꽃 나무에서 그다지 남아 있지 않는 이파리 내 쉬는 숨결을 스쳐 떨어진다.
이명耳鳴 정신 착란 울림이 나는 머리 윗쪽은 잘라버리고 싶었다. 어릴 땐 귀가 너무 밝아 파도소리가 들리는 줄 알았다. 청신경의 기능이 약화되어 보청기를 쓴디. 보청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온갖 잡스런 소리까지 다들려 온다. 보청기를 벗어 던진다. 이젠 필요한 소리만 찾아서 듣는다. 이명과도 대화를 한다. 험한길 같이 걷는 반려자다.